정부 지원사업의 평가

코로나 19로 인해 국내외 경제가 주춤한 가운데 정부는 국내 유망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 지원사업을 진행중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공공연하게는 잘 모르는 몇 가지 관전평 및 팁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타 특허법률사무소 강주영 대표변리사

1. 지원 의도에 적합한 발표

당연한 명제입니다. 지원 의도에 맞춤인 발표를 해야 합니다. 몇 천 만원에서 몇 억 원에 이르는 비교적 소액의 경우에는 전문 평가 위원 몇 명만 초빙되어 각자 질문 사항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하나 몇 십억 원 내지 몇 백억 원에 이르는 고액의 경우에는 전문 평가 위원에 더해 다수의 일반 평가 위원을 초빙하는 배심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류 전형을 잘 통과해서 발표 평가까지 오시는 동안 많은 수고를 하셨는데 실제 발표 내용을 들어보니 정부가 지원하고자 하는 대상의 정의에 맞지 않다라는 지적을 평가 위원들이 종종 하고는 합니다.

2. 정해진 시간에 맞춘 발표

발표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평가 위원들의 집중도와 체력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는 발표는 일부 위원들에게 발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은 듯합니다. 정량화할 수 없는 항목들이 많은 평가일 경우에 점수는 평가 위원들의 심증으로부터 비롯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관과 심증은 어이 없게도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에 특히 이 부분 조심해야 할 듯싶습니다.

3. 평가 위원에 관한 이해

정부 지원사업
출처: tvN의 유퀴즈온더블럭

발표자는 자신을 평가하러 온 사람들이 주로 어떤 곳에서 일하는 사람인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평가 위원의 프로필에 따라 평가 위원이 가중치를 부여할 콘텐츠가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식약처의 경우에는 식약처가 규제하고 있는 방향에 관한 대비가 궁금할 것이고, 기술보증기금의 경우에는 후발주자나 타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할 때 어떠한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손익분기가 언제 나타나고 안정적인 성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할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 없이 제시된 허황된 장밋빛 숫자일 경우에는 거부감을 느낄 것입니다. 상당 수의 평가 위원들은 적어도 발표자만큼 똑똑합니다.

4. 배점에 관한 이해

어떠한 사항에 관하여 배점이 되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발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 수의 경우에는 배점 사항에 관하여 알려주기도 합니다. 배점에 나타난 항목은 적어도 몇 초 정도는 언급해야 점수를 받기에 유리합니다. 평가 위원도 발표자가 말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막연한 추측만으로 점수를 주기에는 매우 곤란한 것입니다.

5. 지식재산으로 구축하는 진입장벽에 관한 이해

정부가 지원하는 자금이 그걸 받아서 수혜 기업만 행복해지라고 하는 쌈짓돈이나 화수분은 아닙니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후발주자에 의해 쉽게 무너질 기업에 투입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많은 평가 위원들은 지식재산권에 관한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물을 것입니다. 이에 답변하는 발표자들의 태도에는 다음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우리의 뛰어난 브랜드 가치가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으며 우리는 그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한 많은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발표자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듣고자 한 질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되는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매우 높지 않으며, 독자적 기술력 없이 마케팅 활동만으로는 유사 제품의 등장과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가 없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평가 위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을 쉽사리 뚫고 들어갈 브랜드 가치를 가진 대기업들이 매우 많습니다.

[2] 우리가 가진 지식재산은 특허화하기에 부적합한 것(예컨대, 음식 배합 비율 등 레시피)이라 노하우로 간직하기로 했으나 외부에 구체적인 내용은 검증받고 있다.

기술력에 관한 것이라면 음식 배합 비율 등 레시피도 특허의 대상이 됩니다. 비밀유지의무에 기댄 채 기업 외부인들에게 레시피 정보를 건네주는 것으로 노하우가 안전하게 보호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것도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고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특허출원을 진행하는 경우 오히려 타인이 그 공개된 내용을 보고 모방할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특허출원이 아닌 노하우로서 기술력을 간직한다는 사실에 관한 정당한 양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매우 엄밀한 비밀유지 대책이 필요한 것인데, 기업 외부인들에게 검증을 받기 위하여 레시피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것에서 이미 그러한 양해는 얻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3] 우리는 많은 출원을 진행하여 등록에 이른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PCT는 물론, 진출하고자 하는 몇몇 나라에도 특허출원을 진행 중이다.

이것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약하게라도 심어줄 수 있는 무난한 답변입니다.

영민한 평가 위원의 경우에는 경쟁자가 유사한 개념, 유사한 제품을 들고 나와 보유 특허권을 회피할 여지가 있냐고 물을 것인데, 이에 대한 가장 좋은 답변 중의 하나가 그러한 유사 제품까지 효력이 미치는 강력한 특허권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입니다.

진입장벽을 쌓는다고 모두가 유니콘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진입장벽을 쌓지 않는 채 유니콘이 되는 것은 단연코 불가능합니다. 진입장벽의 구축은 충분조건은 아니라도 필요조건입니다. 모쪼록 이 졸필이 정부 지원사업에 지원하시는 많은 분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후기

평가위원분들이 다들 똑똑하신 분들이라 결과도 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높은 점수를 주었던 ‘티와XXX’만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되었고, 지식재산 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기업은 모두 미선정되었습니다.

일류 기업일수록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큽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업 전체 자산의 80% 이상이 무형자산이라고 했을 정도로 무형자산, 그 중에서도 지식재산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지식재산을 준비했다고 다 유니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식재산 준비 없이 유니콘이 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